가미쉬 파텐키르헨(Garmisch Partenkirchen)에서 시작한 알프스 횡단 2

알프스를 넘어: 혼자서 시작한 일주일간의 여정

Knorrhütte에서 하루 밤을 보낸 후, 다음 날 아침 5시경 베를린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다시 길을 나섰다. 해가 뜨는 것을 보며 걷다가, 간단히 식사하고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는 국경을 지났다. 알프스의 높은 국경을 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도중에 독일 오스나브뤼크 (Osnabrück) 출신의 여성과 합류하여 함께 걷게 되었고, 그녀가 혼자 이 험한 산을 넘어온 것에 감탄했다. 어느 정도 같이 걸은 후, 친구들과 헤어지고 나는 혼자서 Coburger Hütte를 향해 걸었다.

길 찾는 방법을 이제 어느 정도 알게 되었고, 혼자서도 잘 찾아갈 수 있었다. 독일 슈퍼마켓에서 사온 큰 말린 육포 같은 고기를 씹으며 걷던 중 해발 1657m에 위치한 Seebensee라는 아름다운 호수를 발견하고, 그 아름다운 경관에 빠져 잠시 쉬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으며, 나는 거기서 자연이 주는 치유의 순간을 느꼈다. 이제 Coburger Hütte까지 남은 300m의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했다. 호수 위부터 날씨가 험난해질 것으로 예상되어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예상대로 비바람과 천둥 번개가 몰아치며, 알프스 등반 시 급격한 날씨 변화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마지막 100m를 올라갈 때 발목에 통증을 느껴 Coburger Hütte에 도착하자마자 쉬기로 결정했다. 해발 1917m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해보니, 바로 옆에는 아름다운 Drachensee가 있었다. 8명이 사용할 수 있는 방에 나를 포함해 독일 Hannover에서 온 대학생 3명과 함께 묵었다. 우리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하며 주변을 구경했다. 식사로는 주로 knödel suppe (뇨켈 수프)를 먹었는데, 이것은 오스트리아 전통 수프로, 감자빵 같은 것이 들어가 매우 맛있었다. 나쁜 날씨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이틀 더 머물렀지만, 날씨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더 높이 올라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나는 금전적 여유도 없고 시간적 여유도 없었으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다 죽으면 행복한 죽음이라고 생각하며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올라갔다.

사진과 영상에서 본 것처럼 날씨가 정말 흐렸고, 1미터 앞도 보기 힘들 정도로 비바람이 심했다. 가야 하는 길은 사진에서 보이듯 돌 위에 작은 빨간색과 흰색 페인트로 표시돼 있었다. 만약 돌이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면 나는 그저 다른 곳으로 걸어 갔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Grünsteinscharte라는 산봉우리를 향해 나아갔고, 험난한 날씨와 가파른 길에 거의 네 발로 기어 올라갔다. 산봉우리에 도착했을 때 천둥 번개가 치는 가운데 구름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언제 어디서 벼락 맞거나 굴러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정말 무서웠고 이때 ‘아,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제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Dormitz로 가는 길은 오로지 내리막길뿐이었다. 알프스에서는 모두 등산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데, 나는 그런 것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없이 왔다가, 가파른 돌길을 내려갈 때 무릎에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험한 산을 올라갈 때는 내려갈 때 무릎에 들어가는 하중을 분산시켜줄 수 있는 지팡이를 꼭 챙겨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비옷을 입었지만 험한 비바람 속에서 핸드폰은 물을 먹었고, 이제부터는 가지고 있던 지도에만 의존해서 걸어갔다.
Dormitz에서 하루를 간단히 보내고, 작동하지 않는 핸드폰 때문에 Imst로 빠르게 출발했다. Imst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는데, 인기 있는 레저스포츠 도시라 자리가 거의 없었다. Romedihof라는 백패커 호스텔을 찾았고, 가격도 저렴하고 시설도 좋았다. 무릎이 많이 아파서 2일 정도 머물며 도시를 구경하기로 했다. 주인 아주머니가 무릎 약 등 많은 도움을 주었다. 숙소에서 만난 독일 친구들과 같이 숙소정원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Imst는 작지만 아름다운 도시였다. 여기서 새 핸드폰도 구입했고, 원래 이탈리아로 산을 넘어가는 계획이었지만 무릎 상황이 좋지 않아 Innsbruck을 거쳐 독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나의 알프스 횡단 일주일 여정은 마침내 끝났다. 독일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 무거운 마음을 안고 혼자 시작한 이 모험은, 가는 길에 만난 많은 동반자들과의 교류로 풍부해졌다.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고, 산과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이 여정은 나에게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도전을 통한 성취감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결국 나는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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